파이디온 가정새움 홈레터 2024년 10월

세상이 빨라지는 속도만큼이나 아이들의 성장도 이전보다 빨라졌음을 느낍니다. 과거에는 중학교 때부터 사춘기에 접어든다고 여겼지만,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사춘기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니까요. 이제는 더 이상 순응적이지 않은 자녀의 반응에 당황한 부모는, 전문가가 제시하는 진단과 방법을 검색하며 자녀와의 관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지요.
10대가 되는 자녀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명쾌한 해답을 얻고 싶은가요? 이 시간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 나누며 서로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인사이드 아웃2>를 통해 부모인 나 돌아보기 & 자녀 이해하기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합니다. 본부를 부수고 들어온 감정들의 당황스러운 출현은, 마치 10대 전두엽의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와도 같았습니다.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감정이 지배적이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두려움과 걱정, 불안이 활발하게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죠.
우리 자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면 어떡하지?’를 생각의 꼬리에 붙이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피구 시합에서 실수하는 것에 대해, 내일 있을 학급 발표를 멋지게 할 자신이 없음에 대해 자신을 탓합니다. 이러한 염려에 둘러싸인 자녀에게 부모가 들려주어야 할 말은 “잘할 거야. 잘할 수 있어!”보다 “실수해도 괜찮아.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가 되어야 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애쓰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욕구가 큰 부모일수록 자녀의 실패나 실수를 줄여 주려는 의지가 강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녀의 실패를 곧 나의 실패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녀의 실수나 실패를 처리해 주고자 전전긍긍합니다. ‘실수를 절대 되풀이하지 않도록 도와줄 거야.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을 떨쳐버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라일리의 나쁜 기억들을 모아 기억의 저편으로 날려 보내고, 좋은 기억들만 신념 저장소로 가져가며 라일리의 자아 형성을 의도치 않게 방해했던 기쁨이의 모습을 통해 부모인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언제나 내 자녀를 행복하게 해 주기를 바라고, 절대 슬프고 우울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강박으로 무장된 부모의 안전 행위가 오히려 자녀에게 불안을 심어 주고, 자녀의 자아가 균형 있게 자라는 것을 막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화에 묘사된 자아나무처럼, 한 사람의 자아는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통해서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 오랜 세월 자라나게 됩니다.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뿐만 아니라 부끄럽고, 망가지고, 상처받은 기억 모두가 우리의 자아를 형성하는 거름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이 자기 자신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극복해 가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가 할 일입니다. 특별히 크리스천 부모라면 자기감정에 대한 수용 능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녀가 만나는 상황과 사건을 성경적인 관점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명한 아동 발달 전문가인 엘렌 갤린스키(Ellen Galinsky)는 자녀의 성장에 따라 부모 역시 성장해야 하고, 자녀의 연령에 따라 그에 맞는 부모로서의 핵심 역할이 있음을 6가지 단계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그중 초등학교 이후부터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기는 ‘해석의 단계’로서, ‘설명하며 가르치는 시기’이며, 자녀가 경험하는 상황과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도록 도울 것인가가 부모의 핵심 역할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녀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에 대해 수용하도록 돕는 것과 동시에, 이를 통해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자녀와 함께 이야기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별히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감정은 불안입니다. 걱정이 의욕을 키워 준다고 여기는 정서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한 준비와 애씀이 아주 어려서부터 시작됩니다. 어쩌면 부모인 나의 불안이 우리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으로 고스란히 연결되고 있지는 않을까요?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녀가 이 세상의 조류에 요동치 않고, 힘 있게 리모델링 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동력을 지원하는 부모가 되어 주세요.

파이디온선교회 DnI 가정새움팀 팀장
민규완 전도사


  • 자녀를 양육할 때 궁금하거나 어려운 점을 메일로 보내 주세요.
    적합한 주제를 선별하여 홈레터를 통해 답변 드리겠습니다.
    familyministries@paidion.org


① 영화 내용과 관련해서 자녀와 나눌 수 있는 질문
질문의 예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어떤 장면이야?
왜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니?
어떤 감정이 제일 마음에 드니? 제일 싫은 감정은 어떤 것이니?

② 영화를 본 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볼 수 있는 질문
질문의 예
요즘 ◯◯(이)는 어떤 감정이 조종석을 주로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어떤 일들이 그런 감정을 튀어 오르게 하니?
그런 감정이 생길 때마다 어떤 생각이 들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니? 그 경험을 통해 어떤 점을 배운 것 같아?